■ 아인슈타인 우주론과 우주항

 

▶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먼저 이렇게 생각했다.

 

우주에는 별과 은하가 있는 등 그 구조가 복잡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먼저 우주 내의 세부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우주를 일양등방인 공간으로 가정하고,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우주 모델을 생각했다. 그 우주 모델이란, 2차원의 유추로 말하면 지구본 표면과 같은 성질을 지닌 우주이다. 지구본의 표면은 구면이므로, 표면에 그려져 있는 지도의 형태나 색깔은 달라도 구면이라는 점은 어디에서나 똑같다. 태평양은 구면인데, 남극이 평면이 될 수 는 없다. 어디나 모두 구면이다. 우주를 일양등방이라고 가정한 이 이론은 '우주원리'라 하여 현재도 우주론의 대전제가 되고 있다.

 

▶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델은 축소되었다.

 

이렇게 해서 아인슈타인은 지구본과 같은 우주를 상정해서 거기에다 자기의 이론을 적용시켜 본 것이다. 여기 한 가지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지구본과 비슷한 우주라고는 해도 실제의 우주가 구면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주의 성징을 2차원 공간(면)이라 가정하면 구면이 될 것이라는, 어디까지나 가상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우주 모델에 아인슈타인 이론을 적용시킨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인슈타인의 예상과는 달리 이 우주는 축소되고 말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인슈타인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기도 하므로 이론 안에는 중력(인력)이 삽입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것을 적용하면 공간은 자꾸만 쪼그라들고 만다. 1917년인 그 당시에는 팽창 우주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누구나 우주는 고요하게 펼쳐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 주장한 인력(중력)으로 쪼그라들고 마는 우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 아인슈타인 우주에 갑자기 나타난 우주항이란?

 

쪼그라들고 마는 우주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인슈타인은 그러한 축소현상을 제거하는 이론을 전개시켜야만 했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자기 이론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축소된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우주항'을 만들어 그것을 무리하게 자기의 우주론에다 도입하게 된다. 우주항이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야 하므로, 수축시키는 인력에 대항하는 척력이 될 것이다. 다만 이 힘은 인력처럼 지구나 태양과 같은 규모에는 작용하지 않고, 우주와 같은 거대한 공간에만 작용하는 힘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이현령비현령식의 '우주항'을 도입해서 인력과 적당한 균형을 잡도록 하였다. 이것이 소위 아인슈타인의 '정적 우주 모델'이라는 것인데, 약간 무리가 있는 미심쩍은 모델이라는 느낌이 든다.

 

▶ 드 지터(De Sitter)의 팽창 우주 모델

 

아인슈타인 이론은 방대한 자연을 밝히는 이론이므로 아인슈타인 자신만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아인슈타인 이후에도 이 이론을 적용하여 우주를 해명하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 중에서 현재까지 이름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는 네덜란드의 드 지터가 있다. 드 지터의 우주 모델은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비율이 매우 적고, 게다가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우주항'론을 시인하는 것으로서, 현재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약간 기묘한 모델이다. 그런데 이 모델의 경우는 물질이 희박하여 우주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고, 척력이 커져서 우주가 팽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는 아직 팽창 우주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으므로 드 지터의 우주 모델은 탁상공론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우주 모델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정도였으리라.

 

▶ 프리드만(Friedmann)이 주장한 우주 모델

 

우주항은 '정적 우주'를 위해 아인슈타인이 억지로 도입했다는 인상이 짙다. 그래서 그 우주항의 존재를 무시하고, 원래의 아인슈타인 이론을 그대로 우주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면밀히 연구했던 사람이 바로 프리드만이다. 이 우주론에 약간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빅 뱅(Big Bang) 우주의 별명이 프리드만 우주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 이론을 곧이곧대로 우주에 적용시킨 결과는 어땠을까? 우주는 수축하든가 팽창하든가의 양자 중의 하나이지, 결코 정지 상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 해답이었다. 즉, 아인슈타인이 시도한 것처럼 우주항을 갖다 붙이는 등의 편법을 쓰지 않고 순수한 아인슈타인 이론으로 우주를 보면, 우주는 수축하거나 팽창하거나 하는 두 가지 운동 이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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