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 치국평천하 [修身齊家 治國平天下]

닦을 수, 몸 신, 가지런할 제, 집 가, 다스릴 치, 나라 국, 평평할 평, 하늘 천, 아래 하

 

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으로 유교에서 강조하는 선비(士)의 길입니다. 순차적으로 가정을 돌보고, 나라를 다스리며,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한다는 의미입니다. 선비(士) 세상에 나와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알려주는 <대학>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의 핵심은 수신(修身)입니다. 수신(修身)이 가장 앞에 있는 것은 각 의미의 크고 작음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제가 평천하(齊家 治國平天下)의 근본이 내 한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이 수신(修身)에 있다는 것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와 선비(士)

 

우리가 흔히 ‘몸을 닦고, 집안을 바로잡은 다음, 국가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혹은 평정한다).’고 순차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또 다른 관점의 해석에 의하면 바로 ‘사’라는 계급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부터 파악해야 한다.

 

봉건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의 통치 계급, 즉 귀족계급은 천자(天子), 제후(諸侯), 대부(大夫), 사(士)의 네 계층이었다. 천자가 다스리는 지역을 천하(天下)라고 하는데, 혼자 다 다스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땅을 나누어 제후들을 봉한다. 이 제후의 땅을 국(國), 혹은 방(邦)이라 한다. 제후 역시 땅을 나누어 대부에게 주는데, 이것이 바로 대부의 봉토인 식읍(食邑)이나 채읍(采邑)으로서, 이를 가(家)라고 한다. 국가(國家)란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사’는 같은 귀족이었지만 봉토 같은 것은 없고, 천자나 제후나 대부를 섬기며 그들을 위해, 혹은 그들을 도와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천자, 제후, 대부는 그 영토 혹은 봉토의 세수(稅收)를 자기 수입으로 하며, 작위도 세습된다. ‘사’는 작위는 세습되었지만 봉토는 없었다. 그러므로 ‘사’는 스스로 설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사람의 쓰임을 받아야 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의미

 

천자, 제후, 대부가 자신의 영토 혹은 봉토를 가진 오너(owner)라면, ‘사’는 이들 오너 밑에 들어가 일을 하는 전문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의 기본 책무는 이들을 대신하여 통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인데, 이를 수신(修身)이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려면 먼저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수신이 이루어지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대부를 섬겨 가(家, 식읍)를 관리하기도 하는데 이를 제가(齊家)라고 하고, 제후에게 출사하여 국(國)을 다스리기도 하는데 이를 치국(治國)이라고 하며, 천자에게 발탁되어 천하를 태평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를 평천하(平天下)라고 한다.

 

‘사’들은 일반적으로 먼저 대부를 섬겨 ‘제가’하는 일을 하다가, 대부에게 능력이 검증되어 대부의 천거로 제후에게 발탁되어 ‘치국(治國)’을 하다가, 다시 제후의 추천에 힘입어 천자에게 발탁되어 ‘평천하(平天下)’를 하는 식의 단계를 밟는다.

 

이것이 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인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춘추전국시대의 전문경영인 인물들, 즉 그 시대를 주름잡았던 제자백가 사상가들과 세객들이다.

 

* 제자백가 사상가 :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사상가와 주장들이 쏱아져 나왔다. 이들을 '제자백가'라 한다. 대표적인 제자백가 사상가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등의 학자와 유가, 법가, 도가, 묵가 등의 철학이 등장했다. 

 

그런데 통일 왕국 진(秦) 왕조와 한(漢) 왕조에 들어와 이들 ‘사’의 지위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다. 춘추전국시대의 통치 계급, 즉 귀족의 말석을 차지했던 ‘사’가 귀족 계층에서 탈락하여 서민 계층의 수석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민 계급 순위이다. ‘일천하, 다국가(一天下多國家)’, 즉 하나의 천하에 여러 국가로 이루어졌던 봉건제도가 ‘일천하, 일국가(一天下一國家)’의 군현제(郡縣制, 중앙집권제)로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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