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운 사자성어 고사성어

 

▶ 쉬운 사자성어

 

사자성어와 고사성어의 차이는 뜻 그대로 읽느냐, 아니면 뜻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느냐에 따라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라 한다. 사자성어는 고사성어를 포함하는 큰 범위이며 고사성어는 뜻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헷갈린다면 사자성어로 통일해도 무관하다.

 

 

▶ 호가호위(狐假虎威) 狐(여우 호) 假(빌릴 가) 虎(범 호) 威(위엄 위)

여우 뒤엔 호랑이가 있었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는 기원전 4세기 초,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의 선왕(宣王)이 위(魏)나라 출신의 신하인 강을(江乙)에게 북방 강대국들이 초나라 재상(宰相)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 하는 이유를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강을은 여우와 호랑이의 고사 를 인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즉, 짐승들 이 두려워 한 것은 여우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호랑이였다는 것이다. 이는 북 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선 왕의 강병(强兵)임을 비유한 것이었다. 이렇듯 狐假虎威 란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의 권세나 배경을 빌어 위세 부리는 사람 을 비유한 말이다.

 

狐假虎威 를 일러 영어로는 an ass in the lion's skin(사자의 탈을 쓴 나귀) 이라고 하였던가. 하지만 죽은 사자의 탈을 쓴 나귀보다는 살아있는 호랑이를 꼬여 뭇 짐승들을 속인 여우쪽이 훨씬 교활하고 가증스럽다. 여우 같은 사람과 여우의 잔꾀에 속아 넘어간 눈먼 호랑이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전에 없이 뒤숭숭한 것이다.

 

▶ 烏鳥私情(오조사정) 烏(까마귀 오) 鳥(새 조) 私(사사 사) 情(뜻 정)

할머니를 모시는 손자의 효심

 

진(晋)나라 사람 이밀(李密)이 쓴 <진정표陳情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실 려있다. 이 글은 조모 유씨의 병세가 위독하여 이밀이 부득이 관직을 사양하게 됨을 황제께 고하는 글이다. 저는 조모가 안계셨더라면 오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며, 조모께서는 제가 없 으면 여생을 마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금년 44세이고, 조모 유씨는 96세이니, 제가 폐하게 충성을 다할 날은 길고 조모 유씨에게 은혜를 보답할 날은 짧습니다.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 까지 만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烏鳥私情, 願乞終養). 이밀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하씨가 개가하자,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으 며, 효심이 두터워서 할머니의 병 간호를 하고자 황제가 내린 관직을 물리쳤다. 烏鳥私情 이란 까마귀가 자라면 그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듯 그처럼 부 모를 모시는 지극한 효심 을 이르는 말이다.

 

옛부터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읽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고, 이밀의 <陳情表>를 읽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라고 하였다. 손자의 카네이션 한 송이가 돋보이는 특별한 어버이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 西施 目(서시빈목) 西(서녘 서) 施(베풀 시) (찡그릴 빈) 目(눈 목)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莊子 <천운편天運篇>에는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인인 서시(西施)의 이야 기가 나온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서시가 가슴을 앓아 눈을 찡그리고 있으 니, 그 마을의 다른 추녀(醜女)가 이를 보고 아름답다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찡그렸다(西施病心而 , 其里之醜人, 見而美之, 歸亦捧心而 ). 그 결과 어떤 이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아 예 그 마을을 떠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공자의 제자인 안연과 악관(樂官)인 金 이라는 사람이 나누는 대 화중에 나온다. 장자는 당시 주(周)왕조에서 이상정치를 재현하려는 것을 서시의 찌푸림을 본받는 추녀의 행동같은 것으로서 사람들의 놀림받는 쓸데 없는 짓이라 여겼던 것이다.

 

西施 目(서시가 눈을 찡그리다) 이란 아무런 비판 없이 남을 흉내 내는 것 을 비유한 것이며, 효빈(效 :눈쌀 찌푸림을 흉내내다) 이라고도 한다. 맹신(盲信)과 맹목적 추종은 그 추녀다운 사고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유행에 민감해지 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주관(主觀)과 합리적 비판에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 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苛(매울 가) 政(정사 정) 猛(사나울 맹) 於(어조사 어) 虎(범 호)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덥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 라고 하였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 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 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 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苛政 이란 번거롭고 잔혹 한 정치 를 뜻한다. 政 을 徵(징) 의 차용으로 보아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 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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