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 큰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부담도 크다. 그래도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든다.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찾는다. 확실하고 믿음직한 진단과 치료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다. 그러나 분주한 종합병원에서 간단한 질병을 더 잘 치료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건

 

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어느 의사 또는 어떤 병원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내과냐, 외과냐, 피부과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많은 환자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큰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을 찾아서 도움이 될까? 큰 병원에 근무하는 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든지 방광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미덥지 않아서 특수한 정밀검사로 자세하고 확실한 것을 알려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질병이나 검사방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작은 병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큰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항상 듣는 이야기로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를' 경험하게 된다. 혹 어떤 경우에는 며칠에서 몇달까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본인부담금의 비율도 의원을 방문할 경우에는 총진료비의 30p만 내면 되지만, 병원(입원 병상 수가 20-80개인 병원)은 40p, 종합병원(입원 병상 수가 80개 이상인 병원)은 55p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큰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드는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일전의 경험을 떠올린다. 내가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되어 산전진찰과 분만할 곳을 찾다가, 산부인과에서 인기가 높은 모 교수님 앞으로 특진을 신청하였다. 우리 부부는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선 환자가 너무 많았다. 그 교수님은 레지던트가 환자와 먼저 면담해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놓으면 두 개의 진찰실을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며 매우 형식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해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생각을 고쳐 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감기환자들까지 대학병원에 몰려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이렇게 아수라장이라고 비판하던 내가, 아내의 정상분만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점이 반성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로 하였고, 편하고 만족스럽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일반인이 병원을 찾는 문제의 대부분(질병의 발생빈도별로 따졌을 때 약 90p)은 일차의료(종합병원 이하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나는 모든 우리 나라의 국민들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병원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드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물론 큰 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나 흔치 않은 병, 흔한 병이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일차진료 수준에서 잘 치료가 되지 않을 때는 마땅히 큰 병원을 찾을 일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한 병이라든지 큰 수술(흔하고 작은 수술은 작은 병원에서도 가능하다)을 해야 될 정도로 중요한 병일 경우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은 일차진료에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대학병원만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으로 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나 불필요한 일이다. '가깝고 편리하고 값싼' 작은 병원을 널리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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