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증상으로 알 수 있는 신체의 이상

 

몸에 미열(원인)이 계속납니다.

 

- 원인이 분명치 않으나 미열이 계속되면 무슨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역시 열이 난다는 것은 몸안의 이상을 알리는 경계경보로서 대단히 중요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열이 39도씨, 40도씨라면야 누가 보아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겠지만, 비교적 체온이 높은 사람 중에는 평열인데도 37도씨를 넘는 예가 드물지 않으므로 미열인 경우에는 우선, 그것이 정상적인 체온인지, 병에 따른 발열인지를 가려 내야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미열이란 몇 도쯤을 말하느냐 하면, 우리는 발열의 정도를 3단계로 나누어 보통 37도씨이상 38도씨 미만을 미열, 38도씨를 넘으면 중등열, 39도씨 이상을 고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38도씨 가까우면 벌써 어지간한 열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미열에 속하는군요. 그러나 나이 어린 아이들과 어른은 체온이 좀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은 37도씨대의 발열을 미열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렇다면 37도씨를 1분이라도 넘으면 이상이라고 보느냐 하면 그렇게 간단하게 잘라 말할 수는 없지요.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체온에는 폭이 있고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는 하루에도 오전과 오후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차도 있구요.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일수록 신진대사가 왕성해서 열의 생산도 많으므로 체온이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일단 37.5도씨이상이 되면 병적인 발열이 아니냐 해서 의심을 품습니다마는 37.2도씨이하이면 그저 평열이라 생각해도 괜찮지요. 37.3도씨나 37.4도씨쯤은 정상과 이상의 경계체온으로서 어느쪽이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국민학교 진학 이전의 어린 아이면, 평열의 한계는 37.1도씨까지이고, 37.3도씨이상을 발열로 보며 그 사이가 경계체온입니다. 국민학교를 다니는 아동이면 평열이 37도씨까지이고, 37.2도씨이상이 되면 일단 병적인 발열로 의심하게 되지요. 어쨌든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평열이 높으니까 어린 아이의 체온을 재서 37.2도씨가 됐다고 해서 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기우지요.

 

 

- 건강한 때라도 아침과 밤에 체온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정확한 체온을 알려면 하루 중에 언제 재면 좋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체온은 하루종일 변하고 있습니다. 보통 새벽2 ~ 6시가 제일 낮고, 가장 높은 때가 낮2시 ~ 4시입니다. 그러니까 체온을 하루 한번 재서는 불충분하지요. 특히 미열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될 경우에는 아침10시 전후와 낮3 ~ 4시에 잽니다. 더 자세히 나누게 되면 오전7시와 11시, 오후에는 3시와 7시, 이렇게 하루 4회 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1일 4회 지기란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 하루 두 번, 아침10시와 낮3시쯤 재서 그 열이 얼마쯤이면 평열, 혹은 미열이 되는 것일까요? 오전과 오후의 체온차이를 일차라고 하는데, 평열의 경우는 그것이 대개 0.5도씨 이내입니다. 그리고 날짜에 따른 변동이 적지요. 이를테면 2주일 동안 매일 재서 그것을 체온표에 기입해 보면 정상적인 경우는 대체로 최고체온의 높이가 고릅니다. 그 반대가 미열의 특징이 되는 셈인데, 일차가 0.5도씨 이상, 때로는 1도씨 가까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하루의 최고체온에도 차이가 생겨 불규칙적인 열형이 나타납니다. 방금 전에 37도씨를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거꾸로 37도씨이하라고 해서 평열이라고 간단히 규정지을 수도 없지요. 본디 평열이 낮아서 36도씨 전후인 사람의 오전의 체온이 36.1도씨이고 오후는 36.9도씨쯤까지 올랐다면 차라리 병적인 미열이 아닌가 의심하는 편이 좋겠지요. 또 하나 생리적인 것으로 월경 전의 미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의 2주일쯤은 고체온상이라고 해서 때로는 37도씨 이상이 되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일차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월경이 시작되면 37도씨이하로 떨어집니다. 물론 37도씨이하에서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호르몬 관계에 따른 체온의 주기적 변동이지 병은 아닙니다. - 그렇다면 일정한 기간, 시간을 정해서 재보지 않으면 병에 따른 미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건강한 때에 이따금, 되도록이면 며칠 동안을 계속해서 체온을 측정해서, 자기의 평열이 몇 도이고 체온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그 유형을 알아 두는 것이 이상적이지요.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개시일을 중심으로 전후 합해서 2주간쯤 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흔히 열이 났을 때 이외에는 체온을 재지 않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병원의 외래환자들도 미열을 좀처럼 알아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때로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재 보았더니 37.3도씨였다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판단을 내릴 길이 없으므로 결국은 체온표를 넘겨 주고 1--2주 동안 계속해서 재도록 부탁하는 게 보통입니다.

 

체온을 정확하게 재려면 - 체온을 올바르게 알려면 측정방법도 문제지요. 그렇습니다. 40도씨라면 좀 엉성한 측정이라 해도 진단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마는, 미열의 경우는 1분, 2분(0.1 ~ 0.2도씨)이 문제가 되니까 정확하게 잴 필요가 있어요 체온을 측정하는 데에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보통은 겨드랑이 밑에 체온계를 끼워서 재는 액와검온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구강내검온, 즉 혀 밑에 체온기를 넣어 이로 가볍게 문 다음 입을 다물고 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액와나 구강내 검온을 할 수 없는 경우, 항문에 체온계를 넣어서 직장 안의 온도를 재는 방법인데요, 이것은 특수한 경우이므로 전문의에게 맡겨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중에 나온 체온은 모두 액와검온에 따른 숫자입니다.

 

구강내검온은 액와검온보다 2 ~ 3분(0.2 ~ 0.3도씨)높게 나옵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이라도 37도씨를 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다시 직장 안의 온도가 되면 구강보다도 2 ~ 3분, 겨드랑이 밑보다는 5분(0.5도씨)은 높아집니다. 액와검온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체온계를 끼는 방법입니다.

 

흔히 체온계를 팔에 직각으로 끼고 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마는 이것은 잘못입니다. 심한 경우는 체온계의 끝이 겨드랑이 뒤로 비죽 나오기조차 하는데요, 이래서는 체온이 제대로 안 나오지요. 겨드랑이 밑의 우묵한 곳에 체온계 끝을 넣고 체온계와 팔이 평행이 되도록 끼고는 팔을 옆구리에 밀착시켜야 합니다.

 

체온계의 끝이 조금 올라가서 비스듬하게 되고 체온계 전체가 팔로 숨겨지는 셈이지요. 체온계를 낀 쪽의 팔은 반대쪽의 팔과 팔짱을 끼어도 좋고, 어쨌든 반대쪽의 손바닥으로 체온계를 낀 팔의 팔꿈치를 가볍게 받쳐주면 자연스럽지요. 다음은 측정하는 시간입니다. 스피드시대라서 30초체온계, 1분체온계가 시판되고 있는데, 이것은 수은이 오르내리는 관을 좁게 해서 체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다만, 겨드랑이 밑에서 재는 경우, 겨드랑이 밑이 밀폐되어 공기의 밀실이 생기는 셈인데, 그 속의 공기가 더워져서 체온과 같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요. 체온계 쪽은 1분계라면 1분 만에 온도를 정확하게 가리키도록 만들어져 있더라도 겨드랑이 밑의 온도는 1분쯤으로는 일정해지지 않습니다. 미열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10분쯤은 끼워 두어야합니다. 그러므로 1분계든, 3분계든간에 재는 시간은 같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그 밖에 주의해야 할 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용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합니다. 운동을 한 직후에 재면 2 ~ 3분(0.2 ~ 0.3도씨)은 높게 나오기 마련이지요. 외출했다 귀가하자마자 측정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20--30분 쉬었다가 재야 합니다. 그리고 체온계를 끼기 전에 겨드랑이 밑을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 주세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묻어 있으면 땀의 증발로 열을 빼앗겨서 체온이 좀 낮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체온계 자체도 가끔 점검하지 않으면 고장나 있는 수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너무 오래 된 것이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장나는 일이 있는데, 특히 직사광선을 쬐거나 난로 옆에 놓아 두면 수은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버려 그런 상태가 장시간 계속되면 고장이 납니다. 고장났는지, 어떤지는 기계로 조사하면 알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가족 전원의 체온을 재 보면 대충 알 수 있어요.

 

전원이 미열로 나온다든지, 평소의 평열 수치를 알고 있는 가족의 체온이 여느 때와 다르게 나오게 되면, 체온계가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다른 증상이 뒤따르면 꼭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 열이 난다는 것은 몸안에서 무엇인가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경계경보라고 말씀하셨는데, 미열이 계속될 때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그 이야기에 앞서서 우리의 체온이 어떻게 돼서 36.5도씨 전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설명하겠습니다.

 

우리의 대뇌 안의 시상하부라는 곳에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어요. 이것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체온을 만들어 내라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올랐으므로 땀 등을 내게 해서 체온을 방출하라고 명령하는 곳입니다. 이 2개의 기능이 잘 조화되어 정상적인 체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기능이 여러 원인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열이 나게 되는 것이지요. 체온의 조절을 빗나가게 하는 제일 큰 원인은 갖가지 병원체에 의한 감염입니다.

 

병원체에는 세균도 있고 바이러스나 곰팡이도 있어요. 또 바이러스와 세균의 중간쯤의 크기인 '마이코플라즈마'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의 침입으로 몸의 세포가 고장이 나서 발열물질이라는 것이 나오고 이것이 체온 조절 중추에 작용을 해서 열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밖에 흔치는 않지만 신경성 발열도 있어요. 이것은 뇌 자체에 종양이 생긴다든지 외상을 입든지 해서 체온을 관리하는 중추가 고장나는 경우입니다.

 

또 신진대사가 잘되지 않는 경우에도 열이 나는 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탈수 상태가 됐을 때인데, 설사가 심한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은 경우지요. 열사병 등도 그런 경우의 하나입니다. 또 호르몬의 이상이 원인이 되어 체온조절 중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아까 성호르몬의 주기에 따른 생리적인 체온의 변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마는, 병적인 경우로서 바세도병이라는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너무 많아서 일어나는 병이 있습니다.

 

원인불명의 미열이 계속돼서 검진을 받아 보았더니 바세도병이더라는 예가 흔하진 않지만, 더러 있어요. 열이 뒤따르는 병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지요. 열이 있으면 몸안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 거꾸로 미열이 있어도 걱정할 것이 못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체온을 재 보아서, 그날 그날의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또 하루 가운데서도 오전과 오후의 차가 5분(0.5도씨)이내이며, 열이외에는 이상감이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단 한번 재고 체온이 37.3도씨라고 해서 병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측정방법상의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서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서 재어 체온그래프에 기입해 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갑니다. 조심해야 할 일은 몸이 나른하다든가, 기침이 나오거나 가래가 낀다는 등의 다른 증상이 따르는 경우입니다. 그런 때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말고 평소부터 자기 몸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단골의사를 찾아 의논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간단한 검진만으로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을지 모르지만, 미열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아무래도 몸의 컨디션이 나쁠 때에는 한번 종합병원의 각과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내과에서 검진받고 필요하다면 이비인후과나 부인과 등에도 가 보도록 하십시오.

 

코나 성기의 만성염증으로 미열이 장기간 가시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동안 미열이 있다 없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원인이 장결핵이었고 그것을 알기까지 몇 해가 걸렸다는 예도 보고돼 있습니다. 미열의 원인을 찾는 일은 의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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