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없을 때 직원에게 결정을 맡기는 CEO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 공야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위나라의 대부인 공문자의 시호에 왜 문(文)자가 들어갔는지를 공자에게 묻자 "행동이 민첩해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마저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文)을 넣은 것이다(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文)"라고 답한 것이 그 유래다.

 

 

리더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괜히 아는 체하지 말고 모르면 아랫사람에게라도 물어봐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태도, 이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이다. 이런 점에서 모범이 되는 리더로 '오픈북 경영'으로 유명한 미국의 엔진 재생 회사 SRC의 CEO 잭 스택(Jack Stack)을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에게 맡기는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쓴 책 《드림 컴퍼니》를 통해 밝힌 이에 관한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을 구한다. 올바른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상반된 측면이 존재하는 상황일 때 사안이 분명해 보이지 않을 때 이럴 경우 공정한 결정을 내리는 유일한 방법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내가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 없을 때는 직원들에게 맡긴다.

 

내 생각보다 창조적인 그들의 생각에 의존하는 것이다. 내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거나 문제를 분명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마다 나는 이런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새로운 식당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다. 회의 중에 그 문제를 직원들에게 제기했더니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식당보다 더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직원들이 정말로 원한 것은 더 많은 공구와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장비들이었다. 나는 갈등이 수반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직원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아무리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아도 올바른 답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1986년 12월이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그때 GM이 5,000개 엔진 주문을 돌연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은 다음해 우리 사업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건이었다. 수치상으로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100명의 직원들을 감원하거나 회사를 잃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리자들과 수치를 검토하면서 여러 주를 보냈다.

 

우리는 고객들은 물론 영업 직원들과 이야기를 했고, 잠재 고객들을 접촉했으며, GM에 재고를 요청했으나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직원들 앞에 나섰다. 나는 어두운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대략 55,000인시(man-power)의 새 일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며, 그것이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다. 100명으로 끝나지 않고 200명을 해고시켜야 할 수도 있으며, 우리는 외부 자본을 유치해야만 될 수도 있고, 그것은 회사의 운영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고참 직원들은 상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 신참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와 그들 사이의 문제라면 그들을 해고하라."

 

그들의 논리는 분명했다. 해고 없이 유지하려면 신제품 100여 개를 개발해 3개월 안에 상산해내야 한다. 그렇게 빨리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는 없다는 그들의 말에 나는 동의했다.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해고 대상자 선별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강경파 고참 직원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신제품 개발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생각해 보았는데, 해낼 수 있습니다. 신참들을 훈련시켜야 할 테지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나 이상으로 직원들이 해고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결정은 감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계산을 해본 결과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업무를 더 세분화할 수 있었고,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많은 수의 신제품을 개발해낸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그 중압감이 대단할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큰 어려움일지는 몰랐다. 7월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고, 그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다. 품질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고 원래의 작업과 병행하기도 어려웠다. 마치 뇌졸중에서 회복하는 것과 같았다. 아주 더디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악물었고, 해고 사태를 피했다. 사실 그 해 우리는 100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로 100명의 직원을 더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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