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의 건강 이상신호 현기증

 

▶ 현기증(Vertigo)이란?

 

현훈이라고 한다. 현훈은 어지럼 중에서도 주위 사물이나 자신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훈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라기보다는 어지럼 중에서도 회전하는 느낌이 있는 어지럼을 구분하는 의료 용어에 가깝다.

 

▶ 현기증 원인

 

어지럼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며 어지럼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어지럼 중에서도 현기증에 가까운 증상인지 아닌지에 따라 원인 질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항상 분명히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기증은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을 지칭하는 속귀(내이)나 뇌의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합니다. 속귀의 병에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 병, 만성 중이염 합병증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뇌의 병에는 뇌종양, 뇌졸중, 뇌신경장애 등이 있습니다. 그밖에 뇌 혈류의 일시적 감소, 편두통, 당뇨합병증 등에 의해 현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훈의 증상이 있다면 진찰과 검사를 통하여 어떤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 현기증 증상

 

어지럼 중에서도 현훈의 증상은 본인이나 주변 사물이 움직이는 느낌, 특히 회전하는 느낌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현훈이 아닌 어지럼의 증상들인 머리가 텅 빈 느낌이나 눈 앞이 하얘지거나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과는 구분됩니다.

 

현훈의 지속시간은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현훈이 있을 때는 메스꺼움, 구토, 체한 느낌, 땀의 증가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인 질환에 따라 청력의 저하나 귀울림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만약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힘이 빠진다든지, 말하는 것이 어눌해진다든지, 물체가 겹쳐서 보이거나 나누어서 보인다든지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현훈 증상의 지속 시간이나 동반 증상 등은 현훈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 현기증 원인과 증상 문답

 

- 현기증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원인도 각양각색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현기증으로 선생님께 찾아오는 환자가 많은지요?

 

저의 전문은 신경내과, 즉 몸안의 신경계통 (뇌, 척수, 말초신경, 혹은 근육)을 망라해서 다루는 것인데, 외래환자가 하소연하는 증상 가운데서 현기증과 두통이 전체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습니다.

 

- 어지러움을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까요?

 

크게 나누어 정형적인 현기증과 비정형적인 현기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형적인 현기증이란 뱅글뱅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자기 주위가 빙빙 도는 듯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혹은 주위의 물건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언제나 같은 현기증을 느끼는 것인가요?

 

정형적인 경우는 거의 그렇지요. 한편 비정형적인 현기증은 대단히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든가

일어설 때 비틀거거린다는 등의 좀 막연한 현기증이지요.

 

- 종류에 따라 원인도 다른 것일까요?

 

정형적인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전정신경계라는 몸의 평형을 다스리는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비정형적 어지러움은 여러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누면 병의 범위가 대체로 정해지기 때문에 편의상 정형적 현기증, 비정형적 현기증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 정형적인 어지러움은 몸의 평형을 다스리는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일어난다는 말씀인데, 건강한 상태일 때의 우리 몸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읍니까?

 

말단 부위에서부터 설명의 실마리를 풀겠읍니다. 손발이나 몸에는 위치감각을 다스리는 신경이 있어서 수족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를 알 수 있지요. 그러한 말단신경으로부터의 보고가 뇌간부라는 부위로 전해집니다. 우리는 눈으로 물체를 보고 자기의 위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런 정보도 뇌간부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보수집기관으로 귀가 있지요. 귓속에는 삼반규관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여기서 자기의 머리나 몸이 어떻게 기울고 있다는 상태를 확인하고 그 정보자료를 역시 뇌간부로 보냅니다. 이렇게 말단기관의 여러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구실을 맡고 있는 것이 소뇌이지요. 그리고 그 위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 대뇌입니다. 이렇게 여러 기관이 우리 몸의 평형을 다스리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예를 들어 귀에 고장이 있으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 일어나듯이 어디가 나쁘면 어떠어떠한 현기증을 느끼게 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아까 말씀드린 신경계통에 장애가 있으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이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 귀가 나쁘기 때문에 어지러운 것은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귀가 나쁘면 삼반규관에서 정확한 정보를 뇌간부나 소뇌에 전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 질환이 있읍니다마는 대표적인 것이 메니에르증후군이지요. 이것은 갑자기 발작적인현기증이 오면 동시에 이명, 난청, 구토가 일어나며 이런 증상이 되풀이되는 병입니다. 중이염이나 청신경의 종양으로도 현기증이 생깁니다. 또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카나마이신 등으로 난청이 되는 수가 있는데 이때에도 현기증이 나타납니다.

 

- 치료가 어려운가요?

 

스트렙토마이신 등의 약제로 해서 일어나는 현기증의 치료는 매우 어렵지요. 메니에르증후군의 경우는 발작 자체는 단시간에 가라앉힐 수 있고 귀의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면 치료효과가 나타납니다.

 

- 눈에 원인이 있는 어지러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것도 귀처럼 정보가 눈에서 뇌간부나 소뇌에 올바르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아주 비근한 예로 안경의 도수가 맞지 않아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고 그래서 어지러워지는 수도 있지요. 이것은 눈을 감으면 당장에 낫는데 안경의 도수를 제대로 맞추어야 합니다.

 

- 아주 자주 있는 일이 고소공포증으로 빚어지는 현기증이있지요. 익숙해져있질 않으니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해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대단히 감수성이 강한 사람에게 곧잘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뇌의 장애로 일어나는 현기증

 

- 그렇다면 역시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 가운데 중대하게 여겨야 할 것은 뇌에 어떤 이상이 있는 경우가 되겠군요.

 

그렇지요.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뇌의 병이겠지요. 특히 뇌간부 (대뇌와 척수를 잇는 부분)에 병이 있게 되면 직접 목숨에 관계됩니다. 출혈이 있든지, 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을 일으키거나, 종양이 생기는 등 이 부위에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데 그러한 것이 모두 현기증의 원인이 됩니다.

 

- 그런 경우, 현기증 이외에 무슨 다른 증상이 나타납니까?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고 눈이 머는 등의 여러증상이 뒤따르는데, 아주 초기에는 어지러움 이외에는 아무 증상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가장 식별이 어렵습니다.

 

- 어지러워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의료기관을 찾아오면 우선 무엇부터 검진합니까? 뇌파인가요?

 

뇌파검사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그러나 뇌파만으로는 이상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직접 그 원인이 무엇인지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요사이는 컴퓨터와 X선을 하나로 묶은 컴퓨터단층촬영장치 (CT스캐너)로 뇌 속을 직접 들여다보며 만지듯 환히 알고, 출혈이 있으면 출혈, 막혀 있으면 경색, 종기가 있으면 뇌종양이 있다고 분명히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단층촬영이라는 것은 알기 쉽게 이야기해서, 뇌 속을 위아래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서 토막을 내듯이 촬영해서 단층적으로 파악, 속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X선사진의 일종인데 컴퓨터와 연결된 까닭으로 숱한 X선정보가 그림의 형태로 손질돼서, 각 단층마다의 뇌의 모습이 전부 브라운관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 이 장치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부분적인 정보밖에는 알 수 없었겠군요.

 

그렇지요. 보통의 X선사진으로는 두개골의 모양밖에는 알 수 없지요. 뇌의 속은 전연 알 길이 없었지요. X선사진으로 가슴을 꿰뚫어보던 것과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 획기적인 장치로군요. 그것을 쓰게 되면 실제로는 어떻게 뇌 속이 보입니까?

 

느닷없이 현기증을 일으켜서 쓰러진 어떤 환자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사람은 평소 아무런 증상도 없이 힘차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느닷없이 우리 병원에 실려 왔어요. 당장 CT스캐너로 뇌 속을 보았더니 소뇌안에 출혈이 있는 것이 발견됐읍니다. 브라운관에 비친 뇌의 단면(사진1)을 보십시요. 둘레의 흰 테가 두개골, 꺼멓게 나타나 있는 부분이 뇌실, 위쪽이 대뇌, 아래가 소뇌, 가운데가 뇌간입니다.

 

그리고 소뇌의 복판쯤에 흰 것이 보이는데 이것이 출혈된 부위지요. 소뇌의 출혈이 있기 때문에 현기증이 일어난것이지요. 이 환자의 경우는 소뇌출혈의 다른 증상은 없었고 현기증만이 났던 것입니다. 전에는 소뇌출혈이라고 하면 대단히 위독한 병으로서 수술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었으나 그것은 출혈이 많은 경우이고 이 사진의 예와 같은 아주 적은 출혈도 진단을 할 수 있게 됐으므로, 낫는 소뇌출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 소뇌출혈로 판명된 그 환자는 어떠한 치료를 받았읍니까?

 

원래가 고혈압이었기 때문에 혈압을 조절해서 편히 쉬게 했더니 나았습니다. 지금은 원기있게 일하고 있지요. 또 다른 예를 든다면, 회의 도중 갑자기 어지러워져서 외래 환자로 찾아온 사람이 있었읍니다. 나이 든 분이었으므로 역시 CT스캐너로 보았더니 뇌간에 적은 출혈이 있었어요. 뇌간이라는 데는 인간의 목숨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서 여기에 피가 나와 맺히면 살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꽤 많은 출혈의 경우이고, 적은 출혈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이 환자도 비교적 단기간에 말짱하게 나아서 직장에 복귀했읍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두 예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뇌속의 출혈이 있다고 해서 굳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귀나 뇌의 질환 이외에 현기증이 일어나는 병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장 많은 것이 고혈압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뇌 속의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그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지요. 거꾸로 혈압이 낮아도 역시 뇌의 순환장애가 일어나서 현기증이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워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일어서면 현기증이 나는 기립성 저혈압이 있지요. 조심해야 할 것은 고혈압이라고 해서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밖에도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특수한 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혈당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기증이 있어요. 날씬하게 되기 위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다가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지요. 또 젊은 여성에게 흔한 빈혈에 따른 현기증이 있는데 이것은 적혈구가 적기 때문에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거꾸로 적혈구가 지나치게 많으면 피가 진해져서 뇌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그 때문에 현기증이 오는 수도 있지요.

 

또 별다른 병이 없어도 정신적인 원인으로 현기증이 생기는 수가 있지요. 갱년기장애의 한 증상으로서 어깨가 뻐근하고, 수족이 저리거나 차가와지며, 허리가 쑤신다는 증상과 더불어 현기증이 오는 수도 많아요. 또 심장에 병이 있으면 역시 순환장애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 현기증이라는 증상으로 여러 가지 병을 추정할 수 있군요. 그러면 현기증이 날 때는 병원의 어떤 과를 찾으면 좋을까요?

 

현기증을 빚는 병이 여러 과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과 저 과를 헤매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되도록 빨리 자기의 증상에 맞는 과에 가는 일이 긴요한데 일반환자에게는 그것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진찰을 받을 만한 과를 정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것으로는, 우선 어지러움 외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든가, 귀울림이 있든가 하는 귀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신경내과에서 진찰받는 것이 좋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입니다.

 

현기증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예사롭지만 그것이 질질 오래 계속될 때, 남이 보기에 눈알이 흔들흔들 흐늘거리거나 힐끗힐끗 잽싸게 움직이고 있을 때, 둘레의 물체가 몹시 흔들려 보일 때, 웬일인지 눈이 희미해졌다든가 손발이 힘이 없고 저릴 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혀가 꼬부라질 때, 이럴 때는 신경내과를 찾아야 합니다. 그 밖에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나, 맥박이 불규칙하고 안색이 해쓱할 때는 갖가지 순환장애가 예상되므로 일반내과나 순환기내과를 찾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쇼크를 받고 그 이후로 어지럽다든지, 무엇인지 걱정거리가 있어 고민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속을 끓이는 사람은 정신과가 좋겠지요.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무거우며, 어깨가 뻐근하고, 여기저기가 쑤시는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서 갱년기가 가까운 여성이면 우선 부인과에서 진찰받고, 이상이 없다면 신경내과로 가야겠지요. 상용하고 있는 약을 의사에게 꼭 알릴 것

 

- 예비 문진 때, 의사에게 말해야 할 것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어떤 종류의 어지러움인가 하는 것이지요.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인지, 비틀비틀하는 어지러움인지, 발작적인지, 아니면 쭉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또 그 현기증이 어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지,머리의 위치, 몸의 자세가 어떨 때에 쉽게 어지러워지는지, 누워 있을 때 현기증이 일어나는지, 일어나 있을 때 일어나는지 그리고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토하는지, 귀울림이나 난청증세가 있는지 그리고 신경증상이 있는지 하는 것을 얘기 해야 합니다.

 

꼭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평소 무슨 약을 쭉 복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의사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현기증의 원인이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읍니다. 원인불명의 환자를 놓고 미주알 고주알 캐어 물었더니 고혈압이라서 늘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적이 있지요.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이 됐기 때문에 그것이 현기증의 원인이 된 예는 자주 발견됩니다. 아스피린으로 어지러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시 해열. 진통제인 아미노피린 등 피린산 계통의 약이 체질관계로 부작용, 즉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 밖에 지금까지 어떤 병을 앓았다는 병력도 진단하는 데에 큰 참고가 됩니다.

 

- 어떠한 현기증이 가장 문제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일 걱정되는 증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현상, 언어장애, 시력장애 등의 신경증상이 뒤따르는 것이지요. 이것은 큰 신경병이 될 위험성(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기증이 몇 달째 질질 끌고 있는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 건강 이상신호

 

▶ '나른하다' 신장병일 경우

 

건강 이상 신호 중 몸이 '나른하다'의 경우 앞서 알아본 것 처럼 '빈혈일 경우', '당뇨병일 경우', '신장병일 경우' 등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신장병일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다.

 

▶ 설명할 수 없는 피로

 

-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 그 배후에는 갖가지 병이 도사리고 있는 수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신장염의 경우도 우선 피로하다는 증상이 나타나는지요? 신장염의 여러 증상 가운데 피로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검진해 보면 신장염이 발견되는 수가 많습니다. 제일 많은 경우는, 감기가 들었는데 이제는 기침도 가래도 나오지 않고 열도 다 내려서 다 나았다. 그래서 회사나 학교에 가기 시작했으나 웬일인지 쉬이 피로해진다.

 

별로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피로하다는 사람들이지요. 혹은 피부에 부스럼이 생겨서 좀처럼 낫지 않는 사람이 몹시 나른해졌을 때도 일단은 신장염이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한번 신장염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 감기가 들었는데 어쩐지 나른하다, 또 신장병이 재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니 검진해 달라고 오는 일이 많습니다. 또 우리 부속병원에서 제일 많은 예는, 집단검진 때 검사를 했더니 소변에서 단백, 또는 혈액이 검출됐으니까 자세히 검진해 달라고 오는 사람이지요. 그런경우, 이상이 있다고 지적받았기 때문에 좀 신경성인 면이 있기야 하겠지만, 역시 피로나 나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신장염 환자가 호소하는 주된 증상으로 피로와 나른함이 있군요. 그 밖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른바 피로라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증상으로서 다른 갖가지 병에서도 나타납니다마는, 신장병의 경우는 그 피로의 원인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 밖에도, 어쩐지 허전한 느낌, 자기 몸이 마치 남의 몸인 듯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증상은 어른이라면 말로 옮길 수가 있지만, 어린이의 경우는 분명히 호소하질 못해요. 그래서 전에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다녀왔습니다"하며 책가방을 놓기가 무섭게 뛰어나가서 놀던 아이가 데굴데굴 방안에서 뒹굴고만 있다든지 학교급식도 제대로 먹지 않고 웬일인지 원기가 없고 군것질을 하겠고 조르지도 않게 되지요. 이런 일이 있으면 주위의 어른들이 세심한 주의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또 신장이라는 내장은 오줌을 만드는 곳이니까 아침에 깨어나면 얼굴이나 손등이 조금 부어 있는 사람이 있지요.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연세가 들면 전립선 비대로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수도 있으나, 신장염의 경우는 방광에 별로 오줌이 괴어 있지 않습니다. 즉 오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머리가 무겁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딱딱한 두 개골 안의 뇌가 물기를 많이 품고 있고 또 혈압도 상승해서 두통이라기보다는 머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런 느낌이 더해지면 메스껍다는 증상도 나옵니다.

 

 - 열이 나며 머리가 아픈 증상과는 다른 증상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아프다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다, 혹은 열이 나게 했던 감기는 벌써 나았는데도 다시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주의가 요구되는 겁니다. 우선 소변과 혈압을 검사할 것

 

- 인플루엔자에 걸려도 몸의 마디마디가 쑤시고 나른한데, 신장염으로 나른하다고 할 때의 증상은 그와는 다르겠지요? 다르지요. 독감이라든가 감기에 걸렸을 때의 그런 증상과는 달리 아침에 일어났을 때, 웬일인지 손이 뻣뻣한 듯한 느낌이 들지요. 류머티즘 따위를 앓아도 아침에 땅기는 증상이 있습니다마는, 그것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눈꺼풀도 부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 부은 듯하다는 느낌도 아침결의 일이고, 직장이나 학교의 의무실 또는 양호실을 찾을 무렵에는 중력 관계로 부기가 옮아가 부기가 있다고 해도 얼굴이 아니라 발쪽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요. 또 발이나 얼굴이 붓는다고 해도 몸안의 수분이 2리터 이상 불어나지 않으면 이상 불어나지 않으면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그 앞의 단계에서 은연중에 몸이 나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여느 때보다 2리터 가까운 수분을 더 운반하고 있으니 피로하기 마련이겠지요.

 

- 그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신장염인지 아닌지의 진단은 어떻게 해서 내리게 되는지요? 우선 소변검사를 합니다. 오줌에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섞여 있지 않은가를 조사합니다. 어린애의 경우는 얼핏 보기에도 뻘건 오줌(육안으로 보이는 혈뇨)를 누는 수도 있으나 이런 피오줌을 오래 누는 일은 없고, 어른한테서는 이것을 거의 볼 수 없어요. 오히려 보기에는 피오줌이 아닌 듯해도 현미경으로 살피면 적혈구가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설사약을 먹으면 그것이 반응을 일으켜서 짙은 빛깔의 소변이 나오기도 하며, 또 근육노동을 해서 땀을 흘리게 되면

 

 역시 오줌이 진해집니다. 그런 피오줌과 신장염의 혈뇨를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지요. 다음에는 혈압을 측정합니다. 물기가 몸안에 괴어서 혈액의 양이 많아지고, 신장은 혈압을 높이는 물질과 내리는 물질을 내고 있는데, 그 균형이 무너지면 혈압이 오릅니다. 동시에 심장을 중심으로 한 순환계의 검사도 합니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 혈압이 높아지면 갖가지 병이 생길 우려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신장병도 그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혈압이 높다고 곧 신장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고혈압을 내버려 두면 신장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거꾸로 신장염의 경우는 그 때문에 혈압이 어느 정도 높아지게 됩니다. 단백질이 오줌에 섞여 있어도 괜찮은 경우도 있다.

 

- 소변검사에서 단백질이 나오게 되면 신장염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는 말씀인데,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오는 수가 있다고 하던데요.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라톤을 한 뒤에는 단백질도 조금 나오고 피도 나옵니다. 다만 그 후에 편안히 쉬면 이튿날 아침에는 대체로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나오는 경우엔 조심해야 합니다. 여성이나 어린애의 경우는 방광염이나 신우염이라는 병에 걸렸는데 모르고 있다거나(급성 신우염은 고열이 나니까 알 수 있지만) 나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낫지 않고 있는 수가 있지요.

 

이런 경우 오줌에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조금 섞여 있는 수가 있지요. 그리고 15세에서 20세 가량 될 무렵, 키가 한창 자랄 때, 신장을 받치는 장기가 아직 충분히 발달돼 있질 못해서 일어서면 순환이 나빠져서 단백질이 오줌에 섞여 나오나 누운 상태에서는 나오지 않는 단백뇨도 있습니다. 이것은 기립성 단백뇨라도 하는데 신장염과는 무관합니다. 어쨌든 그런 일도 있으므로 만일 집단검진 결과 단백질이 나와서 정밀검사를 받을 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받은 소변을 가져가야 합니다. 소변검사 때, 유념해야 할 일은 소변을 검사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당장에 오줌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원의 화장실이 붐비면 난처하다고 집에서 용변을 보아 방과을 텅 비워 가지고 병원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여름철에는 그 때문에 소변검사의 기회를 잃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변검사는 회사의 진료실이나 학교의 양호실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 꼭 검사를 받도록 하십시오. 이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지요. 신장염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뇨는 중요한 진찰의 일부라고 생각하십시오.

 

다음은 순환계의 검사인데 이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혈액검사, 이것은 수분이 몸에 괴게 되면 피가 엷어져서 빈혈이 되므로 검사하는 것이지요. 또 아무래도 배설이 나빠지므로 혈액에 어떤 종류의 화학적 성분이 괴게 됩니다. 그것을 살피는 것인데, 그러나 어지간히 나빠지지 않으면 뚜렷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또 하나 세균감염이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실도 혈액 안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감염에 대해서 신체가 지나친 방위반응을 하고 있으면 그 증거도 혈액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검사로써 대체로 신장염이냐 아니냐, 신장염이라면 어떠한 상태냐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지요. 그리고 환자로부터 경위를 들으면 급성인지 만성인지, 혹은 급성기를 모르고 지나쳐서 만성이 되어 버린 것인지 하는 것들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덧나지만 않으면 치료는 잘된다.

 

- 신장염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제일 많은 것은 뭐니뭐니 해도 세균감염입니다. 목감기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바이러스 등으로 걸리는 감기도 원인이 되지요. 또 피부의 종기 등도 원인이 됩니다. 균과 생체가 편도선이나 종기에서 반응해서 어떤 이물이 생기고 그것이 몸안에 들어오게 되면 몸은 그것을 내몰기 위한 항체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을 면역반응 이라고 하지요. 그 이물과 면역체가 결합된 것은 녹기가 어렵고 어느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신장은 두 개의 무게를 합쳐도 250g밖에 안되는 작은 기관인데도 혈액은 많이 몰려 있지요. 그래서 신장에 흘러 들어오는 혈액의 압력은 피부에 퍼져있는 모세혈관의 2배쯤 됩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물과 면역체의 결합물질이 신장에 걸려서 장난질을 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오줌이 줄고, 단백질이 새며, 적혈구가 나오게 되고 혈압이 오르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밖에서 들어온 것에 대한 과민반응, 이른바 알레르기반응입니다.

 

그러니까 덧나게 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지요. 특히 젊은이들의 신장염은 잘 낫습니다. 30대를 넘으면 급성 신장염은 매우 드문데 한번 걸렸다 하면 중증이 되는 수가 있어요. 그러나 급성기의 증상이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고 해서 치료가 어려운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여러 가지 있으면 요양도 철저히 하게 되니까 오히려 치료가 잘 되는 경우도 있지요.

 

- 급성인 경우인데요,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와서 그것이 신장염이 되기까지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까? 글쎄요. 몸쪽에서도 그에 대한 태세를 갖춰야 하니까(그것이 결과적으로 기대와는 달리 반대의 결과가 되지만) 10일에서 2주일이 걸립니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에 신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면 그 기간이 좀 더 짧아지지요.

 

- 급성 신장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이 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시작이 아주 가벼워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 감기 뒤의 피로 정도로 여겨서 그냥 넘기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만성 신장병으로 돼 버리는 겁니다. 또 처음부터 만성인 것과 만성이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지요. 요사이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보편화돼서 1년에 2회 진찰을 받고 있으니까 초기에 발견될겁니다.

 

- 만성인 것을 모른다거나, 혹은 알았어도 대수롭지 않다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됩니까? 신장은 혈압과 대단히 밀접한 괸계에 있지요. 신장이 나쁘면 혈압이 오르고 혈압이 높으면 신장이 나빠진다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혈압이 오르면 신장뿐 아니라 심장도 나빠지고, 뇌출혈도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까지는 안되더라도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노폐물이 몸안에 쌓이게 되지요.

 

전에는 이 노폐물 처리가 대단히 난처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다행히 인공투석이라는 방법으로 씻어내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신장병에 한하지 않고 모든 병에 해당하는 치료원칙입니다. 정기적 건강진단으로 조기발견토록 해야 합니다.

 

- 조기진단 결과 불행히 신장염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합니까? 무엇보다도 감기를 도지게 해서는 않됩니다. 감기 그 자체는 병원에 가도 "걱정할 것 없어요"하며 예방으로 항생물질을 받는 것이 고작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감기는 나은 것 같은데 나른함이 가시질 않는다, 혹은 새로 나른한 느낌이 든다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꼭 의사를 찾아 검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급성 신장염에 걸려 있다면 우선 편안히 쉬어야 합니다.

 

전에는 절대 안정을 하라고 했었지만 화장실 출입 정도는 해도 됩니다. 그리고 신장에 부담이 가는 단백질이나 붓는 원인이 되는 물과 소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이런 제한을 오랫동안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곧 낫기 때문입니다. 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지요. 법정전염병의 하나로 성홍열이라는 병이 있었는데 환자 수효도 많았습니다. 이 병의 용혈성 연쇄상 구균은 신장염을 일으키기 쉬운 균입니다. 성홍열로 입원했던 환자를 이제 퇴원시켜야겠다고 생각할 무렵에 환자는 신장염에 걸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걸린 신장염은 거의 100% 낫습니다. 역시 1회의 검사만으로 마이너스(음성반응)에 혈압도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안심해서는 안되고, 일정한 간격으로 몇 번이고 검사를 받으며 의사로부터 "이제 다 나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병원에 다닐 필요가 있지요.

 

- 완치될 때까지는 올바른 식이요법을 게속하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까다로운 식이요법은 그리 길게 시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마는 편식은 안되며 소금의 섭취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성인 경우에는 과로를 하지 않도록 하고, 감기나 종기가 덧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벌레에도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추위에 떠는 일도 피해야합니다. 운동으로 말하면 스키나 스케이팅은 하지 않는 편이 좋고 수영도 좀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골프를 치자고 하면 비가 오는데도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일로 인해 만성인 신장병이 다시 도지는 수가 있습니다.

 

- 역시 웬일인지 피곤하다고 느끼게 되면 우선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한 듯하군요. 그렇지요.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감기에 걸린 뒤 나른한 증세가 없어지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기건강진단은 앞장서서 받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병이 일찍 발견 될 수 있지요. 그러한 기회가 적은 분들도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임신했다고 해서 병원엘 가면 "신장염이십니다"라는 말을 듣는 수가 더러 있지요. 임신과 신장염도 관계가 있으므로 분만 전에 체크해 두어야 합니다. 소변검사는 간단하므로 꼭 받도록 하십시오.

 

 

■ 건강 이상신호

 

▶ '나른하다' 당뇨병 경우

 

건강 이상 신호 중 몸이 '나른하다'의 경우 앞서 알아본 것 처럼 '빈혈일 경우', '당뇨병일 경우', '신장병일 경우' 등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당뇨병일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다. 

 

 

▶ 목이 마르고 나른하며 쉽게 지친다.

 

- 당뇨병은 중년 이상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싶은데, 요즘에는 젊은 사람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지요? 분명히, 당뇨병만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이 요즘 점점 젊은이들 사이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성인병에 걸릴 연령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있을 수 없게 된 셈이군요. 그런 경우 직장등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낫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주의해야 할 당뇨병의 자각 증상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당뇨병이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거기에는 갖가지 병태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당뇨병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가벼운 당뇨병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검진을 해보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당뇨병으로서 혈액 속의 당분, 즉 혈당치가 대단히 높아진 경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몇 가지 나타납니다. 그 하나가 나른하다, 쉽게 지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라 생각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잘 아시다시피 갈증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그 때문에 물을 줄곧 마시고 소변의 양도 늡니다. 또 수족이 저리고, 시력이 떨어지며, 몸이 여위고 식욕이 이상할이만큼 좋아지는 따위가 전형적인 자각증상입니다. 저희 대학 부속병원에서, 외래환자 가운데 검진 결과 당뇨병으로 판명된 사람들에게 어떤 자각증상이 있었느냐고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고 대답한 사람이 70%나 되었지요.나른하다든가 피로하기 쉽다는 것은 누구든지 경험해 본 증상이지요. 그렇다면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면 모두 당뇨병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요. 자기 나름대로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나른함과 피로가 있지 않습니까? 밤샘을 했다든지, 너무 일을 많이 했다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피로를 느꼈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한 특정한 원인이 없이, 몇 해 동안 체중이 불어 왔는데, 요즘 갑자기 야위고 있으며 동시에 목이 무척 마르고 계속 물을 마신다면, 그러면서 또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면 당뇨병의 자각증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목이 마르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갈증을 말합니까? 그 정도도 갖가지입니다. 쉴 사이 없이 물을 들이켜는 환자에게 물어도 "아뇨, 갈증을 느끼진 않습니다" 하고 대답해요. 끊임없이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별로 갈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의 갈증이란 그저 목이 마르다는 것과는 좀 달라요. 물을 마시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운동을 한 뒤의 목마름 정도의 가벼운 자각증상도 있기는 합니다.

 

-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지간히 물을 마시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통 매일 마시는 물의 양보다, 아마도 2배, 3배, 또는 그 이상이 될겁니다. 이를테면 입원중인 당뇨병환자가 매일 얼마만큼의 소변을 배설하는지 조사했더니 2--3리터라는 대단힌 양이더군요.

 

- 그래서 더욱더 나른하고 지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요. 왜 목이 마르고 오줌의 양이 무척 늘어나느냐 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오줌에 섞여 나오는 당분도 많아집니다. 그 당분이 수분도 함께 빼내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몸의 조직, 세포가 탈수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니까 수분을 요구하게 되고 실제로 물을 섭취하게 되지요. 그렇게 법석을 떨다 보니 나른하고 지치기 쉬운 것이지요. "나른하고 지친다," "갈증이난다," "물을 자주 들이킨다," 이 3가지현상이 갖추어져 있으면 우선 당뇨병이 아닐까 의심을 품는 것이 상식입니다.

 

- 그 밖의 증상은 어떤 식으로 나타납니까? 당뇨병도 특히 어른에게 있어서는 진행이 상당히 완만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환자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수족이 저리다든가 신경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당뇨병이 발견되는 수도 있지요. 혹은 어쩐지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해서 안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아무래도 당뇨병인 것 같다고 내과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요. 증상이 웬만큼 진행되면 몸이 여위게 됩니다. 이것은 오줌을 통해 당분이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몸안에 저장돼 있던 영양분이 자꾸 없어지고, 그 결과 체중이 주는 탓입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많이 먹는 것인데 먹어도 야위고 갈증이 나며, 나른하고 피곤합니다. 이쯤 되면 전형적인 당뇨병이라고 진단을 내리게 되지요. 이 정도 되면 어지간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있었다면 치료의 시기를 놓친 셈이 되므로, 역시 자각증상이 없을 적에 발견하는 것이 좋겠지요.

 

- 여러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로군요. 당분이 나온다고 모두 당뇨병은 아니다.

 

- 당뇨병이란 글자 그대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오는 병이라고 알면 되겠습니까? 분명히 당뇨병인 사람은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옵니다. 그러나 거꾸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온다고 바로 당뇨병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당뇨병이라는 병의 원인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이상, 혹은 작용의 이상에 있는 셈이지요. 좀더 설명할까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췌장이라는 장기에서 분비되고 있습니다. 췌장은 위의 뒤쪽에 등에 붙은 것 같은 상태로 있는데, 거기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간장을 거쳐서 온몸 구석구석까지 돌고 있지요. 혈액안에 포도당이 포함돼 있는데, 이 포도당이 근육이나 지방, 혹은 다른 장기조직에서 원활히 이용되기 위해서는 이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뇨병의 경우에는 체질적으로 인슐린의 분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지요. 분비하는 방법이 나쁘고, 혹은 분비의 절대량이 적기 때문에 포도당의 이용이 잘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한다면, 자동차는 가솔린을 써서 움직이지요. 포도앙을 가솔린이라고 친다면 그 가솔린을 원활하게 연소시키는 점화오일의 구실을 하는 것이 인슐린인 셈입니다.

 

- 그 소중한 점화오일인 인슐린이 모자라기 때문에 몸이 포도당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당분이 오줌으로 나가 버린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 거꾸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병은 아니라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그저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병인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 그런지 설명할까요? 우리가 식사를 하면 장관에서 포도당이 흡수됩니다. 혹은 간장에 저축돼 있던 글리코겐에서 포도당이 나옵니다. 그것이 혈액 안의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정상적인 사람은 혈액 안의 포도당농도가 1데시리터 가운데 160--170미리그람(1미리그람=1000분의 1그람)에 이르지 않으면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오지 않지요. 그런데, 당뇨병도 아니면서 오줌에 당분이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당분 배설의 문턱이라는 것이 있지요. 이 문턱이 앞서 말한 160--170미리그람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당분이 배설되는 것입니다. 문턱이 낮은 경우도 여러 가지인데, 배가 고픈 상태일 때의 혈액 중 포도당의 농도가 그 이하라고 당뇨가 나오는 수가 있고 문턱이 원래 낮은 사람도 드물긴 하지만 있어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오줌은 만드는 장기인 신장(콩팥)에 병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싶은데, 결코 신장의 병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분 배설의 문턱이 낮게 돼 있는 것이지요.

 

- 중년인 사람으로서 오줌에 당분이 나와도 당뇨병이 아닌 경우는 어느 정도 일을까요? 당뇨병이 아닌데도 당분이 나가 버린다는 가성신성당뇨는 우리가 조사했던 4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30퍼센트 정도가 되더군요. 그러니까 당분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당뇨병과 결부시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7가지 조건

 

-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 있는지요? 체질은 어떻든지간에, 분명히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조건이란 무엇이냐? 7개의 체크항목표가 있습니다. 이 표로 체점을 해보아서 6점 이상이 되면 당뇨병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

점수 

가족에게 당뇨병이 있다

3

20대 전반보다 체중이 늘었다

2

가족에게 비만, 심장병(협심증 등)이 있다

1

설탕이나 지방분을 즐겨 먹는다

1

자동차만 타고 다닌다(운동부족)

1

술을 잘 마신다

1

스트레스가 많다(성급하고 속을 태운다)

1

* 6점 이상이면 당뇨병을 피하기 어렵다

* 3점 이하라면 우선은 안심

 

우선 체질이라고 하니까 말씀인데, 가족 중에 당뇨병이 있는지 없는지, 친척 가운데 당뇨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뚱뚱한가의 여부도 문제가 되지요. 비만은 당뇨병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체중이 20대 전반에 비해서 2할 이상이나 불어난 중년의 사람은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이 밖에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병이 몇몇 있습니다. 뇌일혈, 심장병, 그중에도 협심증 따위입니다. 가족에게 이런 병이 있으면 주의해야지요.

 

식생활에 있어서는 단 것이나 기름진 것을 즐겨 먹고 편식경향이 있는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요즘은 운동부족시대라고 하는데, 자동차가 발을 대신하고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도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지요.

 

다음으로 알콜인데 이것은 당뇨병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알콜도 많이 들면 때때로 비만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현재는 소위 스트레스시대하고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정신적인 피로도가 대단히 높다는 사실도 호르몬에 대한 영향 등을 생각하면 역시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의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치료의 기본은 올바른 식사와 운동

 

-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사람은 역시 미리 검진을 받아 두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지요. 그런 경우, 당분이 소변으로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보는 소변검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무슨 검사가 필요하냐하면 포도당 부하시험입니다. 지금은 웬만큼 보편화된 검사의 하나지요. 소변에 당분이 나왔을 경우, 요당이 틀림없이 당뇨병과 이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던 신성당뇨로서 해롭지 않은 것인지의 판별도 이 시험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은 포도당을 마시고 30분, 60분, 90분, 120분 후에 혈액 안의 당분(혈당)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혈액 안의 포도당 농도가 처음에는 높아지지만 곧 포도당의 이용이 원활하게 되어 가지요. 인슐린이 잘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혈액 안의 당분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작용이 무척 약한 사람의 경우, 배가 고픈 상태에선 혈당이 조금씩 높아집니다.

 

거기에 포도당을 마시게 되면 혈액 속의 당분 농도가 더욱더 높아지지요. 그리고는 당뇨병역을 만족시키는 상태로 차차 옮겨 가는 셈입니다. 양자의 중간으로서 어느 쪽이라고도 판정하기 힘든 경계형(IGT)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조금 시간을 잡아 다시 한번 검사해 보며 경과를 관찰하는 게 보통이지요. 신성당뇨의 경우, 혈액 속 당분의 움직임은 아주 정상입니다.

 

포도당을 마시기 전에 소변검사를 하면 당분이 나오지 않으나 포도당을 마신 지 꼭2시간 만에 그동안 괴었던 소변을 검사해 보면 당분이 나오지요. 당분이 나왔다고 깜짝 놀라기 마련이지만 혈당은 전혀 정상입니다. 이것은 신성당뇨로서 무해하다 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사람도 앞서의 7개 조건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좋지요.

 

- 설혹 그러한 검사 결과, 당뇨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올바른 치료법을 계속 쓴다면 낫게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당뇨병의 치료는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과 꼭 같아요. 즉 올바른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명심해야 합니다. 동양사람들은 약을 대단히 좋아해서 병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약을 들려고 합니다. 그러나 당뇨병의 경우, 약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라는 점을 알고 올바른 치료법을 실천에 옮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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