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는 잠을 많이 자야 정상이다

 

아기는 처음에는 잠만 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환경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잠자는 시간이 변하게 된다. 아기들의 수면시간에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로 인해 커다랗게 불러 있던 배가 홀쭉해진 많은 엄마들은 출산후 일순간은 배불러 다니며 힘들던 임신기간보다 매우 좋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며칠도 못가서 바뀐다. 아기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역스러운 날들이 계속되기 때문에 엄마의 생각은 아기를 낳기 전보다 더 힘들다로 바뀌게 된다. 신생아들 모두 잠을 20시간도 더 잔다는데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안자는지 어디 아기를 잘 재울수 있는 묘방은 없나?

 

흔히 사람들은 아기는 다들 잠을 많이 자고 손이 별로 안가도 잘 자라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많은 아기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아기는 하루종일 자기만 하고, 어떤 아기는 하루에 5--6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또 어떤 아기는 주로 낮에 놀고 밤에 자며, 어떤 아기는 주로 낮에 자고 밤에 놀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사실중의 하나는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고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아기마다 각기 다른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은 잠만 자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각기 매우 다양한 생활양상을 보인다. 그후 주위환경이나 반복되는 학습에 의해 자신의 고유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따라서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아기에게 정상이라면 부모가 거기에 적응해야 하고,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뭔가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기를 잘 자게 하는 묘방일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잠을 잘 안자는 아기를 무조건 잠재우는 그리 어렵지는 않다. 즉 수면제나 기응환을 먹이면 잠을 잘 자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아기는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부모는 답답하고 안타까워 어떻게든 잠을 재우는 쪽으로 노력하기 쉽지만, 그 보다는 이것이 아이에게 정상인지 아닌지 그리고 왜 그런지를 파악해서 원인에 따른 조절방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기가 무언가 불편하거나 괴로워서 잠을 못이루고 있지는 않은가, 또는 아기엄마나 아빠가 못 느끼는 병을 앓고 있지나 않은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부모가 문제점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의사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기가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는 대부분의 경우 정상이다. 그 외에 감기나 소화불량이 계속되는 경우,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경우, 뭔가 편안하지 못한 경우 등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잠을 잠 자던 아기가 일시적으로 안자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이 정상적일 수도 있고 그 외에 감기나 장의 문제, 배고픔,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경우, 똥을 못 눈 경우, 잠자리가 불편하거나 주변이 너무 소란한 경우, 그 전에 너무 많이 잔 후, 또는 발견할 수 없는 여러가지 원인이나 질병이 있는 경우가 있다.

 

밤에 안자고 낮에 많이 자는 경우도 어떤 사람은 잠을 안잔다고 표현하는데 그 이유로는 아기가 밤에 울 때마다 우유를 먹여서 아가의 우유먹는 시간이 밤으로 맞추어진 경우, 밤에 안 자고 엄마랑 아가랑 같이 놀다가 낮에는 두 사람 함께 많이 자는 습관이 들어서 아기가 자는 시간이 낮으로 맞추어진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아기의 잠자는 양상을 훈련으로 고칠 수 있다.

 

밤에 우유 먹으려고 자꾸 깨서 우는 생후 3개월된 아기를 둔 엄마는 조금 독하게 마음 먹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 밤에 우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아기는 처음 며칠동안에는 몇 시간에 걸쳐 울지만 멀지 않아 밤에 우유먹는 습관이 없어지고 잘 자는 경우가 많다. 또 낮에 아기와 같이 자는 엄마는 며칠밤 동안만이라고 누구에게 아기를 보아 달라고 해서 낮에 자고 밤에 노는 습관을 교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밤에 아기가 울더라도 그냥 혼자 울리고 낮에는 아기와 놀아주어 그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우리 아기도 꼭 잠을 많이 자야만 정상이라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아기의 수면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 일반의보다 전문의가 용하다.

 

경미한 질병에도 전문의를 찾아간다. 그래서 의대졸업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망한다. 그러나 막상 개업한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무관한 간단한 진료에 몰두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적 자원의 낭비이다.

 

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 우리는 무의식중에 해당분야의 명의 또는 전문의를 우선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서적을 통하여 일반국민에게 특정한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를 소개하는 일이 이전에 비하여 상당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강과 의료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여건상, 일반국민들에게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암리에 일반국민들의 전문의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의는 일반의보다 용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점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를 말하며, 전문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에 대하여 수년간 전문적인 교육 및 훈련을 받은 의사를 말한다. 전문의는 일반의에 비하여 의료의 특정한 분야에 있어 지식과 기술수준이 높은 반면, 주로 취급하는 질병이나 진료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는 자신의 전공분야 또는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일반의에 비하여 반드시 우수한 진료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경험하게 되는 질병으로 폭을 좁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개원의의 진료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환자 중 약 80p는 감기(급성상기도염, 급성기관지염, 급성모세기관지염, 급성편도선염 등), 소화 불량(위 십이지장 기능장애), 식중독 또는 설사(감염성 소화기질환), 신경통 등 비교적 경미하거나, 시간경과에 따라 저절로 낫는 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질병들은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특수한 시설 또는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료내용이 표준화되어 있으므로 일반의와 전문의간에 차이가 없다. 이런 근거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끼는 건강문제의 대부분은 전문의 수준의 진료를 요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문의를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의에게 진료를 받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든, 진료비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으로 전문의를 찾는 것은 아닐까? 일반의의 진료에 대하여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의료에 있어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치료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의 선호현상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승용차의 엔진오일교환과 같은 경미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모두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는다면 우리 주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경정비업소(소위 밧데리 가게)가 살아 남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듯이, 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전체의사 중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1993년 대한의학협회 회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64p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대졸업생의 대부분이 전문의를 지망하고 있다. 한편 전문의 중 절반이 개원을 하고 있는데, 개원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무관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은 전문의를 선호하고 있으며, 의사지망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의료보험 제도상 환자의뢰 체계를 실시하여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하나, 국민들의 전문의 선호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제도를 개선하여 1차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고(가정의제도), 개원의의 진료에 대하여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료계의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미한 질병에 거린 경우, 우리가 일반의(가정의를 포함하여)를 찾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진 병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인지, 어느 분야의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으며, 진료의 연속성이 유지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간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함, 막연한 전문의 환상, 의학박사 신화에서 벗어나 집이나 직장 가까이에 단골의사를 한 사람쯤 가져보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 큰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부담도 크다. 그래도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든다.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찾는다. 확실하고 믿음직한 진단과 치료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다. 그러나 분주한 종합병원에서 간단한 질병을 더 잘 치료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건

 

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어느 의사 또는 어떤 병원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내과냐, 외과냐, 피부과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많은 환자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큰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을 찾아서 도움이 될까? 큰 병원에 근무하는 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든지 방광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미덥지 않아서 특수한 정밀검사로 자세하고 확실한 것을 알려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질병이나 검사방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작은 병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큰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항상 듣는 이야기로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를' 경험하게 된다. 혹 어떤 경우에는 며칠에서 몇달까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본인부담금의 비율도 의원을 방문할 경우에는 총진료비의 30p만 내면 되지만, 병원(입원 병상 수가 20-80개인 병원)은 40p, 종합병원(입원 병상 수가 80개 이상인 병원)은 55p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큰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드는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일전의 경험을 떠올린다. 내가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되어 산전진찰과 분만할 곳을 찾다가, 산부인과에서 인기가 높은 모 교수님 앞으로 특진을 신청하였다. 우리 부부는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선 환자가 너무 많았다. 그 교수님은 레지던트가 환자와 먼저 면담해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놓으면 두 개의 진찰실을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며 매우 형식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해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생각을 고쳐 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감기환자들까지 대학병원에 몰려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이렇게 아수라장이라고 비판하던 내가, 아내의 정상분만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점이 반성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로 하였고, 편하고 만족스럽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일반인이 병원을 찾는 문제의 대부분(질병의 발생빈도별로 따졌을 때 약 90p)은 일차의료(종합병원 이하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나는 모든 우리 나라의 국민들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병원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드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물론 큰 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나 흔치 않은 병, 흔한 병이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일차진료 수준에서 잘 치료가 되지 않을 때는 마땅히 큰 병원을 찾을 일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한 병이라든지 큰 수술(흔하고 작은 수술은 작은 병원에서도 가능하다)을 해야 될 정도로 중요한 병일 경우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은 일차진료에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대학병원만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으로 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나 불필요한 일이다. '가깝고 편리하고 값싼' 작은 병원을 널리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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