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건강상식 임신과 출산
▶ 불임은 대부분 여자의 책임이다.
남자의 불임검사는 여자보다 훨씬 간단해서 정액검사만으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검사하는 것이 불임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임의 원인은 부부 모두에게 혹은 한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사람에게만 원인이 있다 해도 불임치료는 반드시 부부를 한 단위로 묶어 진단 및 치료를 하게 되므로 남편과 아내 모두 한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여의사인 탓인지는 몰라도 완강하게 불임검사를 거부하는 남편들일수록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불임은 남자가 원인인 경우가 40-50%이고 여자는 50-60%로 대개 반반이다.
여성은 배란과 임신을 책임지는 기관이 다양하기 때문에 불임검사도 복잡하다. 반면에 남자들은 훨씬 간단해서 정액검사로 불임검사의 대부분을 해결해 버릴 수도 있는데 이 검사를 아예 기피해 버리는 남편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장기간 볼임 검사를 받았던 여자분이 있었다. 검사에 이상이 없어 남편에게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혼전에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 임신한 사실이 있었다며 완강히 거부하였다. 여자분이 불임의 책임을 혼자 떠맡은 것은 물론, 씨앗보기를 원하는 시어머니의 요구때문에 남편이 외도를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심지어 불임을 빌미로 구타당하는 일도 많아서 결국 이혼하였다. 3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 왔는데 재혼한지 4개월만에 임신이 되었다 한다. 지금 행복한 마음으로 산전관리를 받고 있으나, 한구석에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로 인해 소름끼쳐 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불임은 부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서로 사랑을 통한 격려만이 이를 극복하는 용기와 힘을 준다.
▶ 출산은 수태된 날로부터 꼭 10달이 걸린다.
임신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반인들이 계산하는 수태기간과 실제기간 사이에는 어느만큼 차이가 있을까?
어느날 임산부 한 사람이 부어 있는 눈두덩이를 눈가리개로 가린 채 진료실을 찾아왔다.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가 남편의 아기가 맞는지 친자확인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왜 갑자기 그런 검사를 하려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임산부가 한 말의 요지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이전에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적이 있는데 산부인과 의사가 남편에게 임신36주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남편은 산부인과를 빠져 나오면서 퉁명스럽게 반응을 하더니 집에 가서는 다짜고짜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누구였는지를 따졌다고 한다.
남편은 성관게를 가진지가 8개월도 채 안되었는데, 배속에 아이가 36주, 즉9개월이 되었다니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남편과 다투게 되었고,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아 친자확인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이 산모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녀 남편의 무지에 대해 슬그머니 웃음이 나면서 10개월이라는 임신의 우여곡절을 생각했다. 이들 신혼부부처럼 임신기간이 성관계를 가진 날로부터 양력으로 10달이라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임신기간은 수태된 날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월경을 시작한 날짜부터 계산하여 음력10달, 즉 280일이다.
그러므로 월경주기가 28일로 규칙적인 여자의 경우, 실제로 수태가 일어난 때는 마지막 월경 시작일로부터 14일후에 배란이 되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태가 되므로, 실제 수태(임신)기간은 280일에서 14일을 뺀 266일 정도이다. 100일 잔치의 숨은 있는 의미는 수태된 날로부터 대략 1년이 되는 날을 기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태기간은 266일 정도로 일정하지만, 통상 10달이라고 알고 있는 임신기간은 월경주기가 28일인 경우이고, 만약 월경주기가 그보다 길면 당연히 늘어난다. 그러므로 월경주기가 매우 불규칙한 임산부들은 초음파검사를 통하여 태아의 임신주수와 분만예정일을 걸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임신기간을 수태된 날로부터 양력으로 10달, 즉 300일(10달 * 30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수태기간과는 약34일(약5주)정도의 차이가 있다. 즉 일반 사람들이 계산하는 예정일보다 약5주정도 빠르다는 것이다. 이 산모의 남편의 경우에서 보듯, 자기가 생각했던 날짜 이전에 수태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잘못된 상식 때문에 괜한 가정문제로까지 비화된 경우였다. 그 산모에게 남편과 함께 다시 진료실을 찾아 주도록 하여 자세히 설명해 준 결과,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다시 행복한 모습으로 진료실을 나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임신중엔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결핵, 고혈압, 간질, 심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있을때의 일이다.
분만예정일을 몇주 남겨놓지 않은 산모가 호흡곤란으로 급히 병원을 찾아왔다. 흉부 X선 사진을 보니 폐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주 심한 결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핵에 걸려 약을 복용하던 중에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임신했을 때에는 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의사와 상의도 없이 결핵약을 끊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임신한 산모의 경우에도 결핵에 걸려 있으면 결핵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핵약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선택하여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핵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결핵치료가 완료되기까지 임신을 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산모는 임신중에는 무조건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의학지식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결핵, 고혈압, 간질, 심장마비,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복용하던 약물때문에 태아에게 기형 등의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임신중절을 해야되는 것은 아닌지, 태아를 위하여 먹고 있던 약을 끊으면 만성질환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임신중절 또는 약물복용중단 또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임신을 지속하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물론 선택을 할 때에는 먹었던 약의 종류와 그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즉 약의 안전성과 임신 중 어느 시점에서 약을 복용하였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임신한 줄을 모르고 무슨 약을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임신중 심한 감기 증상으로 감기약을 먹었는데 괜찮을지 등의 문제로 상의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며, 대개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신중에 요로감염, 급성신우신염 등의 병에 잘 걸리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두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약물을 포함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믿고 무조건 약물을 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덧붙여 임신인줄 모르고 감기약과 같은 약을 복용한 경우에 반드시 임신 중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지나친 걱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로 임신중 약물복용시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약물들을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A군은 확실하게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 B군은 동물실험에서 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진행된 임상연구가 없는 약물, C군은 적절한 동물실험이나 임상연구 모두 없는 약물, D군은 태아에 위험이 있지만 위험보다도 약물사용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더 많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물, X군은 태아에게 미치는 해가 매우 커 어떤 경우도 약물사용이 이익이 되지 않는 약물군이다. A군이나 B군은 임신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C 군 그리고 심지어는 D군조차도 특정상황에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임신초기부터 꼭 철분제제를 먹어야 한다.
임산부들이 철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그러나 임신초기단계에서 철분제제를 복용하게 되면 구토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임신 13주가 된 산모가 메스꺼움이 심하고 가끔 토하기도 한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임신 5주부터 입덧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좋아지는 것 같더니 임신 11주부터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임신 11주경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임신한 것을 알고 철분제제를 사다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먹고 나서부터 이런 증상이 다시 심해진 것이었다. 임신을 하면 철분제제 복용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꼭 먹어야 할 시기가 아니니 복용을 중단했다가 입덧이 가라앉고 난 임신 5개월부터 다시 먹을 것을 권하였다.
임신을 하면 산모에게 여러가지 영양분과 칼로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임신에 따라 체내 철분이 부족하게 되므로 철분제제를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대개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임신초기의 첫 4개월 동안에는 철분 요구량이 약간만 증가하므로 이 시기에는 철분제제를 통한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신초기에 철분제제를 먹지 않음으로써 이 시기에 흔한 메스꺼움, 구토가 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한다면 자기 전에 철분제제를 먹는 것이 위장장애를 적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자기 전 이를 닦을 때 잘 보이는 곳에 철분제제를 두면 매일 먹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여러가지 철분제제가 있으나 대개 철분함유량은 비슷하여 하루에 한알씩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임신을 한 후 병원에서 시행한 기본적인 검사에서 자신이 철분결핍성빈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임신으로 인해 필요한 철분 외에도 이미 부족한 철분까지 보충을 해 주어야 하므로 하루에 2알이나 3알을 복용해야 하며, 우리 몸의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 되고도 6개월 이상 복용을 하여야 한다.
임신 첫4개월까지 빈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철분제제를 꼭 먹어야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구토, 메스꺼움이 심한 임산부의 경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지식은 상당 부분 TV광고를 통한 철분제제 선전이 한몫한 바 있다. 흔히 이런 광고에서 임신사실을 알자마자 필수적으로 철분제제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